30부 — 폭풍의 심장

10월 03, 2025

30부 — 낮의 균열, 들켜버린 가면

윤가의 집은 더 이상 완전한 무대가 아니었다. 윤 사장은 어느 날 서재에서 문득 눈을 들어 운전기사 석민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의심이 깃들어 있었다. 작은 습관 하나, 메모를 남기는 순간 하나, 그리고 잠깐의 주저함이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었다.

다은은 부엌에서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돕고 있었지만,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계단 너머로 여전히 남궁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이제 그는 단순히 어둠 속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윤가의 눈길과 숨결 사이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다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의 가면은 이미 금이 갔어. 곧 들켜버릴 거야.”

석민은 운전 중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귀는 윤 사장의 통화 내용에 집중했다. 그는 무심코 그 내용을 기억해 두었다가 남궁에게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기록이 곧 자신의 파멸을 부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난 운전기사가 아니라 첩자야. 하지만 첩자는 오래 살지 못해.”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마지막 균열을 보았다. 아이들은 더 이상 집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큰 폭풍 속에서 무너지는 집,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남궁과 네 가족, 그리고 울부짖는 윤가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공책에 적었다. “아이들 — 무의식적 폭로. 종말 인식.”

기우는 과외 중 아이가 무심히 던진 말에 숨이 막혔다. “선생님, 아빠가 아저씨를 본 것 같아요.” 그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기우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그건 착각일 거야”라고 말했지만, 그의 내면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윤 사장은 이미 눈치챘다.”

30부 — 균열의 폭발

그날 밤, 네 가족은 거실에 모였다. 성호가 낮게 말했다. “윤 사장이 의심하기 시작했어. 이제는 시간 문제야.”

다은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속삭였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해? 이제 도망칠 수도 없어.”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남궁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 순간, 우린 완전히 그의 도구가 돼.”

기우는 조용히 말했다. “도구라도 살아남는 게 낫지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도 우릴 버릴 거예요.”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진실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이미 폭풍 속에 들어와 있었다.”

30부 — 남궁의 심장

며칠 후, 남궁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그의 눈빛은 광기에 젖어 있었고, 목소리는 더욱 단호했다. “…이제는 숨길 수 없다. 윤 사장이 알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다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남궁은 차갑게 대답했다. “…윤 사장을 무너뜨려라. 그의 비밀을 폭로하고, 그의 권위를 무너뜨려라. 그게 우리가 사는 길이다.”

석민은 숨을 삼켰다. “그건 불가능해요. 그는 이 집의 진짜 주인이에요.” 남궁은 눈빛을 번뜩이며 속삭였다. “…주인? 진짜 주인은 나다. 그리고 너희다. 가면은 이미 무너졌다. 이제 우리가 무대를 차지해야 해.”

그의 말은 차갑고 단호했다. 네 가족은 알고 있었다.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