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부 — 폭로의 서곡
28부 — 낮의 균열, 흔들리는 무대
윤가의 집은 여전히 단정하고 고요해 보였다. 윤 사장은 출근 준비를 하며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아내는 화분에 물을 주며 아이들의 책가방을 챙겼다. 그러나 네 가족의 눈에는 모든 것이 불안정한 연극처럼 보였다. 그들이 쓰고 있는 가면은 점점 무거워졌고, 균열은 이미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다은은 부엌에서 윤 사모를 도우며 차를 준비했지만,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계단 너머 어둠 속에서 남궁의 눈빛이 느껴졌다. 그는 언제든 무대를 뒤엎을 수 있는 관객이자 심판이었다. “우린 아직 들키지 않았어. 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다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석민은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로 윤 사장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석민의 귀에는 윤 사장의 목소리 뒤로 남궁의 속삭임이 겹쳐 들렸다. “…그의 대화, 그의 욕망을 가져와라.” 그는 핸들을 움켜쥔 채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운전이 아니야. 난 감시자이자, 배신자가 되고 있어.”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또 다른 변화를 보았다. 이번 그림 속 남궁은 윤 사장 옆에 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아버지의 동료, 혹은 그림자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공책에 적었다. “남궁 — 윤가의 세계에 침투.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서 동반자로 자리 잡음.”
기우는 과외 중 아이가 던진 말에 몸을 굳혔다. “선생님, 아저씨가 아빠 비밀 얘기 듣는 거 봤어요.” 아이의 눈빛은 장난이 아니었다. 기우는 억지로 웃으며 “그건 네 상상일 거야”라고 답했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떨며 중얼거렸다. “남궁은 이제 윤가의 비밀을 직접적으로 노리고 있다.”
28부 — 균열 속의 협박
그날 저녁, 네 가족은 거실에 모였다. 성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궁은 이제 윤 사장의 대화와 비밀을 원하고 있어. 단순히 소리나 냄새가 아니라, 그의 내밀한 세계까지.”
다은은 두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해? 그의 요구를 거절하면 우린 끝장이야.”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요구를 들어주는 순간, 우린 더 깊이 끌려 들어가요. 윤 사장이 우리의 행동을 눈치채면, 모든 게 드러나요.”
기우는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린 두 얼굴을 유지해야 해요. 윤 사장 앞에서는 충직한 하인처럼, 남궁 앞에서는 충실한 동맹처럼.”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은 곧 체념이었다. “그들은 이미 협박과 지배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28부 — 남궁의 명령
며칠 후, 남궁은 거실 한가운데 나타났다. 그의 눈빛은 광기에 젖어 있었고,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윤 사장이 서재에서 무슨 전화를 하는지 알아와라. 그의 사업 이야기, 그의 불안, 그의 비밀. 그것들을 나에게 전해라.”
다은이 떨며 대답했다. “그건 너무 위험해요. 만약 들키면—” 남궁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속삭였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넌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석민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패하면…” 남궁은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실패는 곧 배신이다. 배신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그의 말은 차갑게 울려 퍼졌다. 네 가족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거래가 아니다. 이것은 명령이다.”
28부 — 폭로의 서곡
그날 밤, 네 가족은 거실에 모여 서로를 바라보았다. 다은은 눈물을 글썽이며 속삭였다. “우린 이제 더 이상 숨을 수 없어.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지만 드러나더라도, 우린 살아남아야 해.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성호는 공책을 덮으며 낮게 말했다. “폭로는 곧 다가올 거야. 윤가가 우리를 알아차리든, 남궁이 우리를 드러내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일어나.”
기우는 조용히 말했다. “그 폭로가 시작되면, 우린 가면을 벗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순간, 이 집은 지옥이 될 거예요.”
집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고요는 평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폭로가 시작되기 전의 정적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폭로의 서곡은 이미 연주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