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부 — 균열의 파도
26부 — 낮의 불안, 달라진 공기
남궁의 요구는 점점 더 구체적이고 집요해졌다. 처음에는 세상의 소리만 원하더니, 이제는 음식의 맛, 공기의 냄새, 심지어 사람들의 체온까지도 요구하고 있었다. 네 가족은 그의 말에 따라 음식을 내려보내고, 옷에 밴 냄새를 전달하며,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까지 하나하나 보고했다.
다은은 부엌에서 요리를 할 때마다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윤가의 저녁상을 준비하면서도 일부를 따로 챙겨 남궁에게 내려보냈다. “이건 우리의 몫이 아니야. 그의 몫이지.” 그녀의 손은 떨렸고, 마음은 점점 허물어지고 있었다.
석민은 운전을 하며 외부의 공기를 일부러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 향기를 기억해 내려가서 남궁에게 전달해야 했다. 그는 마치 기록자처럼, 세상의 사소한 모든 것을 수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점점 더 눌려왔다. “이건 내가 사는 게 아니야.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건 이제 남궁의 것이야.”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공포를 느꼈다. 아이들은 이제 남궁을 단순한 사람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들은 집 전체를 그렸고, 그 안에 남궁은 거대한 형체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벽과 계단, 심지어 창문과도 섞여 있었다. 성호는 공책에 적었다. “남궁 —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서 ‘집 자체’로 동화.”
기우는 과외 중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아저씨는 오늘도 같이 밥 먹었어요.” 그 말에 기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꿈을 꾼 거겠지”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남궁은 이제 아이들의 현실 속에 완전히 들어왔다.”
26부 — 무너지는 균형
그날 저녁, 네 가족은 거실에 모였다. 성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궁은 이제 단순한 동맹이 아니야. 그는 점점 더 우리를 잠식하고 있어.”
다은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해? 그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도 없고, 끊을 수도 없어.”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와 거래를 이어가는 순간, 우린 그의 일부가 되는 거예요. 하지만 끊는 순간, 우린 파멸이에요.”
기우는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린 둘 다 선택해야 해요. 그의 일부가 되면서 동시에 파멸을 준비해야 해요.”
네 가족은 침묵했다. 그 침묵은 체념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이미 무너지는 균형 위에 서 있었다.”
26부 — 남궁의 파도
며칠 후, 남궁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을 타고 올라온 그의 발걸음은 무겁고 단호했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낮게 말했다. “…너희가 가져온 것들, 잘 받았다. 하지만 이제 더 큰 걸 원한다.”
다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더 큰 거라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거죠?” 남궁은 눈빛을 번뜩이며 속삭였다. “…윤가의 세계다. 그들의 대화, 그들의 계획, 그들의 욕망. 그것들을 나에게 가져와라. 그래야 이 집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석민은 숨을 삼켰다. “그건 불가능해요. 우린 이미 위험에 처해 있어요.” 남궁은 낮게 웃었다. “…불가능은 없다. 너희가 날 도와주지 않으면, 나는 스스로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너희도 끝이다.”
그의 말은 파도처럼 거세게 밀려왔다. 네 가족은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미 그 파도 속에 휩쓸리고 있었다.
26부 — 균열의 파도
그날 밤, 네 가족은 거실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호는 공책에 적었다. “남궁 — 요구: 윤가의 세계. 위험성: 절대적.”
다은은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우린 이제 완전히 그의 도구야. 우리의 삶은 없어.”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린 버텨야 해. 이 균열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해.”
기우는 낮게 말했다. “하지만 그 파도는 이미 우리를 삼키고 있어요. 곧 집은 무너질 거예요. 그리고 우린 그 안에서 사라질 거예요.”
집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고요는 더 이상 평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기 전의 침묵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이 집은 이제 남궁의 파도 속에 휩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