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 — 다섯 번째 증언자

어둠 속 단서

우리는 도시의 외곽을 떠돌았다. 첫 번째 증언자인 의사, 두 번째 증언자인 노래하는 자, 세 번째 증언자인 기록하는 자, 네 번째 증언자인 행동하는 자—네 명이 우리 곁에 있었다. 그들의 몸은 지쳐 있었지만, 눈빛은 점점 강해졌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한 명, 다섯 번째 증언자였다.

은서는 녹음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이 떨렸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이제 들어야 해요.” 버튼이 눌리고, 박해문의 목소리가 잡음 속에서 흘러나왔다. “…다섯 번째는, 설계자들 가운데 있었다. 그는 그들의 언어로, 그러나 우리를 위해 말하려 했다. 그는 배신자로 불렸지만, 진실로는 증언자였다.”

우린 모두 숨을 삼켰다. 지현이 낮게 중얼거렸다. “설계자 내부의 증언자라니… 위험한 인물이야.” 성호는 공책에 굵게 적었다. “다섯 번째 증언자 — 내부의 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린 설계자의 심장부로 들어가야 해.”

설계자의 심장부

우리가 도착한 곳은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한 빌딩이었다. 모든 창문은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었고, 입구는 철문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의사는 몸을 떨며 속삭였다. “여긴… 내가 끌려왔던 곳이오.” 노래하는 자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 노래가 처음 꺾였던 곳이기도 하지.” 기록하는 자는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이 건물의 도면. 나는 이곳을 이미 그려놨다.” 행동하는 자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마침내 끝장을 볼 수 있겠군.”

우리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둠 속에서 불빛이 켜지고, 검은 코트를 입은 무리들이 우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마지막 증언자의 등장

그리고, 그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다른 설계자들과 달리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날카로운 눈빛, 그러나 그 속에는 깊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 “너희가 나를 찾았군.” 은서는 숨을 삼켰다. “당신이… 다섯 번째 증언자입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설계자의 언어로 살아왔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배신자로 불렸지만, 이제 증언자가 되겠다.”

그의 손에는 두꺼운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 그 속에는 설계자의 계획과 실험 기록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이것이 설계자들의 심장이다. 이 문서들이 세상에 드러나면, 그들의 권력은 무너진다.”

지현이 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럼 왜 지금까지 침묵했지?”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는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너희가 그 때를 만들었다.”

폭풍 속의 전투

그 순간, 빌딩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다. 설계자의 하수인들이 몰려들었다. 총성과 비명이 뒤섞이며 건물은 전쟁터가 되었다. 행동하는 자는 앞장서서 싸웠고, 기록하는 자는 문서를 지키며 뒤를 따랐다. 노래하는 자는 쉰 목소리로 저항의 노래를 불렀다. 의사는 쓰러진 자들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은서는 녹음기를 켜고 아버지의 마지막 목소리를 틀었다. “…증언은 목소리이자 기록이자 행동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모을 때, 진실은 폭풍처럼 세상을 흔든다.”

나는 총을 들고 설계자들을 막아섰다. 그리고 다섯 번째 증언자가 문서를 높이 들며 외쳤다. “나는 이제 증언한다! 설계자의 언어로, 그러나 세상을 향해!”

다섯 목소리의 합창

전투는 치열했지만, 결국 우리는 빌딩을 빠져나왔다. 빗속에서 다섯 명의 증언자가 함께 섰다. 의사는 말없이 상처 난 손을 들어 올렸다. 노래하는 자는 쉰 목소리로 짧은 가락을 불렀다. 기록하는 자는 종이에 굵게 글씨를 남겼다. 행동하는 자는 피 묻은 주먹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증언자는 문서를 펼쳐들었다.

그들의 증언은 하나로 합쳐졌다. 목소리, 기록, 노래, 상처, 그리고 내부 고발. 그것은 거대한 합창이 되어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은서는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아버지… 이제 알겠어요. 증언이란, 살아남은 자들의 무기였군요.”

성호는 공책에 크게 적었다. “다섯 번째 증언 확보 — 증언 완성.”

폭풍의 심장

도시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 균열이 생겼다. 설계자의 권력은 흔들리고 있었고, 증언은 폭풍의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지현은 권총을 거두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다. 증언이 세상을 바꾸기 전까지, 우린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은서와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우린 이제 증언자가 됐다. 모두가.”

그리고 빗속에서, 다섯 명의 증언자와 우리가 함께 서 있었다. 설계자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진실은 이미 세상에 뿌려지고 있었다. “폭풍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 증언이 세상을 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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