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부 — 세 번째 증언자
도시의 폐허 속 단서
우리는 비에 젖은 도로를 따라 다시 걸었다. 첫 번째 증언자인 의사, 두 번째 증언자인 노래하는 자는 이미 지쳐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을 지켰다. 은서는 녹음기를 켜며 아버지의 다음 메시지를 찾았다.
“…세 번째는 기록하는 자였다. 그는 설계자의 도면을 훔쳐, 종이 위에 진실을 남겼다. 그 기록은 설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였다.”
성호는 공책에 굵은 글씨로 적었다. “세 번째 증언자 — 기록하는 자.” 지현은 낮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글을 따라가야 해. 잉크와 종이, 그것이 남은 흔적을 찾으면 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계자가 두려워할 만큼의 기록이라면,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야.”
도서관의 그림자
우리가 도착한 곳은 도시 중앙의 폐허가 된 도서관이었다. 문은 오래전에 봉쇄되었지만,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도서관은 이미 무너져 있었고, 천장은 빗물에 젖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책장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젖은 책 속에서 누군가 일부러 남긴 듯한 흔적이 보였다. 은서가 책 한 권을 꺼내자, 그 안에서 종이 조각이 떨어졌다. 종이에는 308 — 기록 보관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성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308… 아버지가 말한 시간과 같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지현은 주위를 살피며 경계했다. “설계자들도 이 단서를 알고 있을 거다. 서두르자.”
기록하는 자와의 만남
우리가 도서관 지하로 내려가자, 어두운 공간 속에서 누군가 펜을 들고 있었다. 낡은 코트 차림의 노인이었다. 그는 종이 위에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있었다. 은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이… 기록하는 자입니까?” 노인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나는 이름이 없다. 다만 기록만 남길 뿐이다.”
그는 종이에 선명한 글씨로 이렇게 적고 있었다. “설계자의 실험은 인간을 세 조각으로 찢는다. 기억을 지운 자, 목소리를 잃은 자, 기록을 쓰는 자. 그러나 그 모두가 결국 증언자가 된다.”
은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버지가 말한 그대로예요.” 나는 노인에게 물었다. “당신의 기록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 증언자가 되어주셔야 합니다.” 노인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증언은 목숨보다 무겁다. 너희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느냐?”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우린 이미 시작했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 기록은 너희 것이다.”
습격과 탈출
그 순간, 도서관 위층에서 굉음이 울렸다. 창문이 깨지며 검은 그림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설계자의 하수인들이었다. 지현은 권총을 들며 외쳤다. “들어왔다! 방어해!” 총성이 울리고, 책장이 쓰러지며 먼지가 공기 중에 흩날렸다. 우리는 기록하는 자를 감싸며 지하 깊숙이 달렸다.
노인은 손에 쥔 종이 다발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이 기록은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반드시 지켜라.” 은서는 그것을 품에 안으며 속삭였다. “우린 지켜낼 거예요.”
우리는 비상구를 통해 도서관 밖으로 탈출했다. 뒤에서는 불길이 치솟으며 도서관이 무너져 내렸다. 설계자들이 기록을 지우려 불태운 것이었다.
성호는 공책에 크게 적었다. “세 번째 증언 확보 — 설계자의 공포 확인.”
새로운 결심
우리는 폐허가 된 도서관을 뒤로하고 다시 도시의 어둠 속을 걸었다. 은서는 품에 안은 기록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아버지의 말이 점점 선명해져요. 다섯 명의 증언자가 모이면, 진실은 드러날 거예요.”
노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진실은 단순한 빛이 아니다. 그것은 피와 눈물 위에 세워진다. 하지만 증언이 모이면, 설계자들도 무너질 것이다.”
지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제 우린 세 명을 모았다. 남은 건 두 명. 하지만 설계자들의 저항은 점점 더 강해질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준비되어 있어. 이제 네 번째 증언자를 찾으러 가자.” 성호는 공책에 크게 적었다. “세 번째 증언 확보 — 다음 목표: 네 번째 증언자.”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설계자의 그림자가 여전히 사방을 감싸고 있었지만, 증언은 점점 더 무거운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진실은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