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 균열이 만든 초대받지 않은 손님
8부 — 폭풍 전야의 집
집 안은 여전히 평온해 보였다. 아이들은 공부와 취미 활동에 몰두했고, 부모는 일상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네 가족에게 이 집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그들은 금지된 문 너머에 숨은 존재를 의식하며,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서 버텼다.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을 분석하며 점점 더 섬뜩한 기운을 읽어냈다. 그림에는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반복해서 등장했고,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림 속에서 그 계단을 검은색으로 덧칠했다. 석민은 운전석에서 늘 백미러를 확인했다. 마치 뒷좌석에 보이지 않는 승객이 타고 있는 것 같은 환영에 사로잡혔다. 다은은 청소를 하다가 문틈에서 나는 바람 소리조차 사람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기우는 과외 중에도 아이의 시선이 자꾸 지하 계단 쪽으로 향하는 것을 눈치챘다.
폭풍우가 몰아친 어느 밤, 번개가 창을 스치자 잠시 집 전체가 흰빛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그 순간, 네 가족 모두는 동시에 들었다. 금지된 문 너머에서 울려 나온 둔탁한 소리. 마치 무언가가 넘어지며 바닥을 친 듯한 울림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지만,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엔 분명 누군가 있다.”
8부 — 균열을 외면하는 사람들
다음 날 아침, 윤가의 부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웃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아이들도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 그러나 네 가족은 밤새 잠을 설쳤다. 다은은 부엌에서 청소기를 돌리며 기도를 하듯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오늘은 아무 일도 없기를.” 석민은 일정표를 보며 손에 땀이 맺혔다. 단순한 운전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 옆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성호는 아이들에게 미술 치료를 하며 자신도 모르게 더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아이들이 그린 검은 계단은 이제 단순한 낙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본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무의식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윤가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들에게 집은 여전히 안전했고, 믿을 만한 사람들 덕분에 삶은 한층 더 편리해졌다고 느꼈다. “정말 감사해요. 여러분이 없었다면 저희 생활이 이토록 안정적일 수 없었을 거예요.” 차인정의 이 말은 네 가족의 가슴을 더 세차게 조여 왔다. 그들의 안심은 사실 불안의 다른 이름이었다. 겉으로는 웃음이 오갔지만, 균열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8부 — 불청객의 초대
저녁 무렵, 현관 벨이 울렸다. 차인정은 잠시 놀라 문을 열었다. 그러나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문 앞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라면, 통조림, 물티슈가 들어 있었다. 낯설지 않은 조합. 다은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또다시…”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지하에서 희미하게 웃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아이들이 집 안에서 웃은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문 너머에서, 낮고 거칠며 오래된 웃음소리가 스며 나왔다.
네 가족은 모른 척 봉투를 치우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불청객은 이미 집 안에 있었다.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이제 문제는 단 하나였다. “언제, 어떻게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인가.”
8부 — 드러난 균열의 그림자
그날 밤, 성호는 혼자 거실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부부가 방에 들어간 뒤였다. 그는 지하 계단 앞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들려오는 발자국. 한 계단, 두 계단. 그리고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 그는 눈을 감았다. 이 집은 이제 두 개의 세계를 품고 있었다. 하나는 지상에서 빛나는 안전의 세계, 다른 하나는 지하에서 숨 쉬는 어둠의 세계. 두 세계는 얇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문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성호는 떨리는 손으로 공책을 꺼내 적었다. “오늘 들린 발자국 — 계단 6번째에서 멈춤. 의도적 정지. 관찰 중일 가능성.” 그는 밑줄을 두 번 그었다. 그는 깨달았다. 이 집의 진짜 주인은 위층의 윤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금지된 문 너머의 존재가 이 집의 가장 오래된 주인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들과 윤가는 모두 그저 임시 거주자일 뿐이었다.
새벽이 다가올수록 불안은 더 짙어졌다. 네 가족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했다. 누구도 먼저 행동에 나설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았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균열은 이미 벌어졌고, 그림자는 더 가까워졌다. “곧,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