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 어둠 속의 또 다른 발자국

7부 — 불청객의 정체를 의심하다

금지된 문 앞에서 흘러나오던 낮은 소리와 낯선 흔적들은 네 가족의 머릿속에 날마다 파문을 일으켰다. 석민은 운전석에 앉아도 마음이 온전히 길 위에 있지 않았다. 백미러로 보이는 집의 뒷모습, 특히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떠올릴 때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은은 부엌을 닦으며 언제든 계단 쪽에서 누군가 올라올 것 같은 환영을 떠올렸고,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계속해서 기묘한 상징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무심코 지하의 계단을 그리고, 문틈을 덧칠하며, 때로는 어둡게 뒤덮인 얼굴 없는 인물을 표현했다.

성호는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그는 아이들이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고 믿었다. 낮에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림을 칭찬했지만, 밤이 되면 그의 공책에는 빼곡히 분석이 적혔다. ‘아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 불청객의 그림자가 아이들의 무의식에 각인됨.’ 그는 적으며 떨리는 손을 꼭 쥐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의 부모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에게 집은 여전히 평화롭고 안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 가족은 알고 있었다. 이 집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발자국이 있다는 것을.

7부 —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온 진실

그날 밤, 폭우가 도시를 뒤덮었다. 번개가 유리벽을 스치며 푸른빛을 쏘아 올릴 때, 다은은 계단을 내려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장갑을 끼고 걸레를 든 채로, 그녀는 문틈에 귀를 가져다 댔다. 바람소리인지, 아니면 사람의 숨소리인지 구분하기 힘든 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놀라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지만, 곧장 다시 다가갔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물을 끓이는 듯한 ‘부글부글’ 소리가 들렸다.

“이럴 리가 없어.”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단순 창고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날 리 없다. 주전자, 가스레인지, 혹은 작은 전열기 같은 것이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즉, 그 안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생활’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그녀는 차갑게 식어가는 손끝을 비벼가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그날 밤 그녀는 단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석민이 우연히 계단을 지나던 중 발끝에 작은 부스러기가 걸렸다. 그것은 라면 스프 봉지의 조각이었다. 그는 황급히 주머니에 넣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쳤다. 그러나 그 조각은 무언가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저 문 너머에는 아직 살아 있는 누군가가 있다.’

7부 — 균열을 감춘 웃음

네 가족은 저마다 흔적을 발견했지만 서로에게 쉽게 말하지 못했다. 진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이 집에서 쌓아 올린 모든 신뢰가 깨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평소처럼 웃으며 각자의 역할을 이어갔다. 석민은 운전을, 다은은 집안일을, 성호는 아이들의 상담을, 그리고 기우는 과외를 했다. 그러나 그들의 웃음은 균열을 감춘 얇은 막에 불과했다.

차인정은 그들의 노고에 고마워하며 “당신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네 가족의 가슴에 더 큰 무게로 내려앉았다. ‘우리가 없으면 이 집은 무너진다.’ 그 사실은 동시에 ‘우리가 이 집에 매달려야만 한다’는 압박으로 변했다. 균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균열이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예감은 그들의 하루를 잠식했다.

밤이 되면 네 사람은 같은 방에 앉아 말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금지된 문, 문틈 사이의 소리, 발자국, 스프 조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의 침묵은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7부 — 다가오는 그림자의 발소리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은 더욱 짙어졌다. 어느 날 밤, 성호는 창밖을 보다가 문득 지하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발소리를 들었다. ‘쿵…쿵…’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였다. 그는 숨을 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발소리는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 그리고 몇 초 뒤, 아주 가벼운 숨소리처럼 희미한 기척이 사라졌다.

성호는 그 길로 공책에 적었다. “발자국 확인. 계단 5~6번째에서 멈춤. 올라오지 않음. 이유: 두려움 혹은 계획적 대기.”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밑줄을 두 번 그었다. 이 집에 숨어 있는 존재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은둔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감추며 상황을 관망하는 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존재는 언젠가 문을 열고 나올 것이다.

네 가족은 더 이상 이 집을 단순한 기회로 볼 수 없었다. 집은 거대한 입처럼 그들을 삼켰고, 이제는 그 안에서 또 다른 이의 호흡이 섞이고 있었다. 발자국은 이미 계단을 절반까지 올라왔고, 균열은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커졌다. 그들은 모두 느꼈다. “곧 무언가가 터져 나온다.”

7부 - 어둠 속의 또 다른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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