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부 — 균열의 속삭임

9월 30, 2025

25부 — 낮의 평온,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균열

윤가의 집은 겉보기에 여전히 평화로웠다. 윤 사장은 출근을 했고, 아내는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와 소란스레 뛰어다녔다. 그러나 네 가족에게 그 모든 평화는 껍데기였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 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다은은 부엌에서 국을 끓이면서도 계단 쪽을 힐끗거렸다. 아무도 없는 듯 고요했지만, 그녀의 귀에는 여전히 낮은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에 쥔 국자를 내려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우린 단순히 이 집의 손님이 아니야. 우린 남궁의 시선 안에 갇힌 인질이야.”

석민은 운전 중에도 머릿속에서 남궁의 목소리를 지워낼 수 없었다. “…세상의 소리를 가져와라.” 그는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뒷좌석이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는 동안에도, 그는 마치 또 다른 승객이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거두지 못했다.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새로운 변화를 보았다. 이번에는 남궁이 단순히 계단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남궁을 가족의 일원처럼 그려내고 있었다. 그는 공책에 기록했다. “남궁 — 아이들의 무의식 속 동화 완료. 위험성: 절정.”

기우는 과외 중 아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숨을 삼켰다. “선생님, 아저씨가 오늘은 책을 읽고 있었어요.” 아이의 목소리는 장난이 아니었다. 기우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그건 꿈이었을 거야”라고 답했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남궁은 이제 완전히 위층의 일부가 되었다.”

25부 — 거래의 무게

그날 저녁, 네 가족은 거실에 모였다. 모두의 얼굴은 피로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성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남궁은 이제 더 많은 걸 원할 거야. 단순히 세상의 소리로는 만족하지 못해.”

다은은 두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해? 거래를 끊으면 우린 끝장이야.”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렇다고 계속 주는 것도 위험해요. 그가 세상을 더 많이 알수록, 그는 더 많은 걸 욕망하게 될 거예요.”

기우는 낮게 말했다. “거래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대비해야 해요. 우린 이미 인질이지만, 그래도 준비는 할 수 있어요.”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절망과 체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거래는 곧 지배로 변하고 있다.”

25부 — 남궁의 요구

며칠 후, 계단에서 남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가 가져온 소리, 잘 들었다. 하지만 난 더 원한다. 세상의 냄새, 세상의 맛… 그것들을 가져와라.”

다은이 얼어붙으며 물었다. “냄새와 맛이라니… 어떻게 그런 걸—” 남궁은 낮게 웃었다. “…너희가 먹는 음식, 너희가 마시는 술, 너희가 맡는 공기. 그것들을 나에게 가져와라. 난 세상을 다시 느끼고 싶다.”

석민은 주먹을 움켜쥐며 속으로 분노를 삼켰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거절할 수 없다는 걸. 그는 낮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성호는 공책에 기록했다. “남궁 — 요구 확대. 소리 → 감각 전체. 위험성: 무제한.”

기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이제 세상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곧 이 집은 남궁의 세상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