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부 — 균열 속의 거래
24부 — 낮의 평온, 그러나 변질된 공기
남궁과의 동맹이 맺어진 뒤, 집안의 공기는 이전과는 전혀 달랐다. 윤가의 부부와 아이들은 여전히 웃으며 일상을 이어갔지만, 네 가족은 그 웃음 뒤에 드리워진 어둠을 느끼고 있었다. 낮의 햇살은 창문을 통해 들어왔으나, 그 빛조차 집안의 그림자를 밀어내지 못했다. 남궁은 이제 단순히 지하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는 위층의 공기 속에 스며들었고, 네 가족은 그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다은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도 수시로 계단을 힐끗거렸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확신했다. 남궁은 여전히 그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쥔 칼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집은 이제 우리가 아니라, 남궁의 공간이다. 우리는 그저 허락받은 손님일 뿐이다.”
석민은 운전 중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남궁의 목소리를 지워낼 수 없었다. “…세상은 썩었지. 하지만 이 집은 다르다.” 그 말은 귓가에 쌓여, 마치 저주처럼 반복되었다. 그는 핸들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 “우린 언젠가 이 집에서 쫓겨날 거야. 남궁의 의지에 따라.”
성호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에서 또 다른 변화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남궁이 계단에 서 있는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남궁을 ‘같은 공간의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공책에 적었다. “남궁 — 아이들의 세계에 완전히 스며듦. 위험성: 절대적.”
기우는 과외 중 아이의 말에 차갑게 굳어졌다. “선생님, 아저씨랑 이야기해도 돼요?” 아이는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기우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아저씨라니… 그런 사람 없어.” 그러나 그의 속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이들은 이제 남궁을 실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24부 — 거래의 시작
그날 오후, 네 가족은 계단 앞에 모였다. 남궁의 목소리가 문틈 너머로 흘러나왔다. “…너희는 나를 동맹으로 인정했지. 그렇다면 이제 거래를 시작해야지.”
성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거래 말입니까?” “…내가 이 집의 균형을 지켜준다. 윤가가 의심하지 않도록, 내가 그림자가 되어 준다. 그 대신 너희는 나에게 세상의 소리를 가져와야 해.”
다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의 소리라면… 신문이나 라디오 말씀인가요?” 남궁은 낮게 웃었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나는 더 많은 걸 원한다. 사람들의 대화, 웃음, 두려움. 너희가 밖에서 듣는 모든 걸 가져와야 한다.”
석민은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그러나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방법이 없어요.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기우는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뭔지 알아야 해요. 당신이 우릴 해치지 않겠다고 다시 약속해야 합니다.”
남궁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속삭였다. “…너희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면, 난 너희를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거래를 끊는 순간, 균형은 무너진다.”
그의 말은 경고였고, 동시에 선언이었다. 네 가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거래는 구속이자 족쇄다.”
24부 — 균열 위의 동맹
그날 밤, 네 가족은 거실에 모여 깊은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성호는 공책에 기록했다. “남궁 — 거래 제안. 요구: 세상의 소리. 조건: 보호. 위험성: 극대화.”
다은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속삭였다. “우린 이제 더 이상 자유가 없어. 우리가 듣고 보는 모든 게 그에게 속하게 돼.”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우린 단순한 동맹이 아니야. 우린 그의 도구야.”
기우는 낮게 대답했다. “도구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해야 해요. 하지만 언젠가는…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진실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이미 남궁의 세계에 포획된 인질이자, 동시에 그의 연장선이었다.
24부 — 두 주인의 집, 균열의 심화
며칠 후, 윤가의 집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아이들은 점점 더 남궁을 당연한 존재처럼 느꼈고, 네 가족은 그의 요구에 따라 세상의 소리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라디오, 신문, 심지어 길거리에서 들은 대화까지. 남궁은 그것을 받아들였고, 낮은 목소리로 해석했다. “…세상은 혼돈이다. 하지만 이 집은 질서다. 나와 너희가 만든 질서.”
다은은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그가 말하는 질서는 곧 지배야. 우린 이미 그 질서 안에 갇혀 있어.”
석민은 주먹을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 “그와 거래하는 순간, 우린 더 깊이 끌려 들어가는 거야.”
성호는 공책에 적었다. “남궁 — 지배적 언어 사용 증가. 자아: 집과 동일시. 위험성: 최고치.”
기우는 노트를 덮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린 이제 단순한 손님도, 침입자도 아니야. 우린 남궁의 일부가 됐어. 그리고 그건 곧 파국으로 이어질 거야.”
집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고요는 더 이상 평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폭풍 전야의 침묵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이 집은 이제 남궁의 집이자, 우리의 감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