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부 — 균열의 동맹

23부 — 낮의 긴장, 스며드는 존재

남궁이 “이 집은 두 주인의 집”이라 선언한 이후, 모든 공기는 달라졌다. 윤가의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여전히 평범했으나, 네 가족에게 그 평범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았다. 계단 위로 드리운 그림자는 언제든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남궁의 흔적이었다.

다은은 부엌에서 국을 끓이면서도 수시로 계단을 힐끗거렸다. 아무도 없는데도, 그녀는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문 너머가 아니라, 이제는 집 안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국자를 떨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린 이미 그의 세계에 들어가 버렸어.”

석민은 운전석에서 손에 땀이 차는 걸 느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와 남궁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세상은 썩었지. 하지만 여기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대답했다. “여긴 시작이 아니라 끝이야.”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남궁의 모습을 다시 발견했다. 아이들은 이제 계단 아래에 그를 그리지 않았다. 대신 거실, 부엌, 심지어 아이들 옆에 서 있는 모습까지 그림에 담고 있었다. 그는 공책에 적었다. “남궁 — 아이들의 무의식 속 주인. 존재: 이미 위층에 동화.”

기우는 과외 중 아이의 질문에 얼어붙었다. “선생님, 아저씨는 오늘도 신문을 읽고 있나요?” 아이의 눈빛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저씨라니… 그런 사람 없어.” 하지만 속으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뇌었다. “남궁은 이제 아이들 세계에까지 들어왔다.”

23부 — 균열 속의 회의

그날 저녁, 네 가족은 거실에 모였다. 모두의 얼굴에는 피로와 두려움이 겹쳐 있었다. 성호가 낮게 말했다. “남궁은 이제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야. 그는 이미 위층의 주인으로 스며들었어.”

다은은 손을 움켜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해? 도망칠 수도 없고, 맞설 수도 없어.”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우린 아직 기회가 있어요. 남궁은 우리를 필요로 해요. 우리가 그와 거래를 끊는 순간, 그는 윤가와 마주하게 될 거예요. 그건 우리 모두의 끝이죠.”

기우는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린 남궁과 동맹을 맺어야 해요. 균열 위의 동맹이더라도, 그게 지금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은 곧 동의였다. “그들은 이미 남궁의 동맹이 될 수밖에 없었다.”

23부 — 남궁의 제안

다음 날, 아이들이 학교에 간 낮. 윤 부부는 외출했고, 집에는 네 가족만이 있었다. 계단 위로 남궁의 발걸음이 들렸다. 그는 거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날카롭고 생생했다.

“…이제 우리가 서로를 인정할 때다.” 남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날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필요로 하지. 난 너희의 존재를 알고 있고, 너희가 이 집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도 안다. 그렇다면 우리 서로 동맹을 맺는 게 어떻겠나?”

다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동맹…이라니?” “너희는 내게 세상을 가져다주고, 나는 너희를 보호한다. 윤가가 눈치채지 않도록, 내가 균형을 지켜주지.”

석민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린 보호가 필요 없어요. 우린 단지—” 남궁은 그 말을 끊으며 낮게 웃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너희가 원하는 건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잖아. 너희도 주인이 되고 싶잖아.”

그 말은 네 가족의 가슴을 찔렀다. 그들은 단순히 일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들 역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남궁은 그 욕망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23부 — 균열의 동맹

그날 밤, 네 가족은 거실에 모여 깊은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성호는 공책에 기록했다. “남궁 — 제안: 동맹. 조건: 세상의 연결 + 보호. 위험성: 절대적.”

다은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속삭였다. “우린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와 동맹을 맺든지, 아니면 파멸하든지.”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동맹이라… 하지만 그게 우리를 살릴까? 아니면 더 깊이 끌어들이는 덫일까?”

기우는 조용히 대답했다. “덫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그 덫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어요. 그게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남궁과의 동맹은 균열 위의 불안정한 다리였다. 그러나 그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곧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이 집은 이제 진정한 두 주인의 집이 되었다. 그러나 그 두 주인의 동맹은 언제든 파국으로 무너질 수 있다.”

23부 - 균열의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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