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부 — 두 주인의 집

22부 — 낮의 평온, 무너진 균형

남궁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집은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이 되었다. 윤가의 부부와 아이들은 여전히 평범하게 하루를 이어갔지만, 네 가족은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숨 쉴 수 없었다. 낮의 햇살은 환했으나, 그 빛마저도 계단 위에 드리운 그림자를 지워내지 못했다.

다은은 부엌에서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하면서도 눈길을 계단 쪽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확신했다. 남궁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이제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존재로서 그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집은 이제 우리 것도, 윤가 것도 아니야. 남궁의 집이 되어 가고 있어.”

석민은 운전 중에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집중하지 못했다. 뉴스 속 세상의 혼란이 남궁의 목소리와 겹쳐 들렸다. “…세상은 썩었지. 하지만 이 집만은 달라.” 그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핸들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 “그가 이 집을 지배하려 한다면, 우린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어.”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을 다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계단 위에서 웃고 있는 남궁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공책에 적었다. “남궁 — 이제 그림자 아님.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서도 주인으로 자리 잡음.”

기우는 과외 중 아이의 질문에 몸을 굳혔다. “선생님, 그 아저씨랑 인사해도 돼요?” 아이의 말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아저씨라니… 그런 사람 없어.” 그러나 속으로는 차갑게 굳었다. “남궁은 이제 아이들의 세계에도 들어왔다.”

22부 — 협상의 붕괴

그날 저녁, 네 가족은 거실에 모였다. 성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남궁은 이제 우리와 같은 공간에 있어. 협상은 끝났어. 그는 이미 우리를 지배하고 있어.”

다은이 손을 움켜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해? 도망칠 수도 없고, 맞설 수도 없어.”

석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우린 아직 버틸 수 있어. 최소한 윤가가 눈치채지 않게 막아야 해. 그게 우리의 마지막 역할이야.”

기우는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 “하지만 남궁은 점점 더 많은 걸 원할 거예요. 이제 단순히 물이나 책 같은 게 아니에요. 그는 위층의 삶 자체를 원하고 있어요.”

네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협상은 이미 협박으로, 협박은 지배로 변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선택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포획된 인질이었다.”

22부 — 남궁의 선언

며칠 후, 결국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낮, 윤 부부가 외출한 사이. 집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에서 울리는 발걸음은 무겁게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네 가족은 숨을 죽였다. 거실 문틈에서 어둠이 스며들었고, 남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빛은 피로했으나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낮게 말했다. “…이제 이 집은 두 주인의 집이다. 윤가? 그들은 허상일 뿐. 진짜 주인은 나와 너희야.”

다은은 몸을 떨며 속삭였다. “그건 불가능해요. 우린 단순히 손님일 뿐이에요.”

남궁은 낮게 웃었다. “…손님이 주인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 너희는 이미 내 협력자야. 우리가 이 집을 차지하면, 세상도 차지할 수 있어.”

석민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린 그런 걸 원하지 않아요. 우린 단지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

남궁은 눈빛을 가늘게 뜨며 속삭였다. “…살고 싶다고? 그렇다면 내 곁에 있어. 그게 너희가 살 길이야.”

그의 선언은 협상이나 거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배였다. 그 순간 네 가족은 깨달았다. “우린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다. 이미 그의 세계에 갇혀 있다.”

22부 — 두 주인의 집

그날 밤, 네 가족은 거실에 모여 서로를 바라보았다. 성호는 공책에 적었다. “남궁 — 위층 등장. 선언: 두 주인의 집. 성격: 지배자. 위험성: 절대적.”

다은은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 “우린 이제 이 집에서 아무것도 아니야.”

석민은 두 손을 떨며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죠? 그와 함께 살아야 합니까? 아니면… 그를 없애야 합니까?”

기우는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 “둘 다 가능하지 않아요. 우리는 단지 그가 정한 균형 위에서 버티는 인질일 뿐이에요.”

집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고요는 평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두 주인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은 채 공존하는 불안정한 정적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곧 이 집은 폭발할 것이다.”

22부 - 두 주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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