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부 — 금지된 발걸음

20부 — 낮에도 들린 울림

남궁의 발걸음은 더 이상 지하에만 머물지 않았다. 낮에도,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와 윤 부부의 웃음소리 사이로 계단을 울리는 미묘한 진동이 스며들었다. 네 가족은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몸이 굳어버렸다. 이제 남궁은 단순히 목소리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움직였고, 그 움직임은 위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다은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 유리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계단에서 ‘끼익’ 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두 손을 떨며 물을 틀어 소리를 덮었다. 그러나 가슴은 미친 듯이 뛰었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석민은 운전석에서 라디오 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아무리 크게 해도 남궁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곧 올라가겠다.” 그는 백미러를 바라보다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우린 모두 드러날 거야.”

성호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에서 더 이상 단순한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계단 위에 서 있는 사람을 그리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 그러나 공포스러운 눈빛. 그는 손으로 그림을 덮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들은 이미 느끼고 있어. 그가 위로 올라온다는 걸.”

기우는 과외 중 아이가 말한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 “선생님, 어제 계단에 앉아 있는 아저씨가 신문을 보고 있었어요.” 아이는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기우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네 상상이야.” 그러나 그의 내면은 차갑게 굳었다.

20부 — 문틈 너머의 위협

그날 오후, 네 가족은 계단 앞에 모였다. 성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남궁 씨, 왜 자꾸 위로 올라오려는 겁니까?” 문틈 너머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가 불안해하는 걸 알고 싶었다. 균형은 깨지기 전이 가장 흥미롭지.”

다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올라오지 마세요. 그럼 모든 게 무너질 거예요.” 남궁은 낮게 웃었다. “…무너지는 건 이미 시작됐다. 넌 그걸 부정할 수 없잖아.”

석민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우린 당신에게 필요한 걸 다 주고 있어요. 그런데 왜 자꾸 더 원하십니까?” “…욕망은 멈추지 않지. 난 세상을 잃었고, 여기서 다시 찾고 있을 뿐이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그는 단순히 생존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세상과의 연결, 나아가 위층의 세계를 원하고 있었다.

20부 — 균열 속의 결심

그날 밤, 네 가족은 거실에 모였다. 모두의 얼굴에는 피곤과 공포가 어렸다. 성호가 낮게 말했다. “이제 우린 더 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어. 그가 위로 올라오면, 윤가도, 우리도 모두 끝장일 거야.”

다은은 고개를 저으며 속삭였다. “하지만 우린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왔어. 도망칠 수도 없잖아.” 석민은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렇다면 막아야 해. 그가 위로 올라오기 전에.”

기우는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 “막는 게 가능할까요? 그는 이미 우리보다 더 오래, 더 깊이 이 집에 뿌리내렸어요. 우리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지도 몰라요.”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한 가지 진실이 숨어 있었다. “남궁은 곧 위로 올라온다.”

20부 — 금지된 발걸음

며칠 후, 드디어 그 순간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윤 부부가 외출한 낮. 집 안은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서 울리는 ‘쿵, 쿵’ 하는 발소리는 너무도 분명했다. 남궁의 발걸음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네 가족은 거실에서 얼어붙었다. 다은은 입을 막았고, 석민은 손전등을 움켜쥐었다. 성호는 공책을 떨어뜨렸고, 기우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문틈이 흔들리고, 천천히 열렸다. 어둠 속에서 눈빛이 드러났다. 피로에 절은 듯하면서도, 동시에 광기에 물든 눈빛. 남궁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진짜 주인이 누군지 보여줄 차례다.”

네 가족은 숨을 삼켰다. “금지된 발걸음이 시작됐다.”

20부 - 금지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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