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부 — 무너지는 경계

19부 — 낮의 불안, 스며드는 그림자

남궁이 신문을 요구하고, 세상의 소식을 받아들인 뒤로 집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는 단순히 숨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끈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네 가족은 더욱 불안해졌다. 균형은 점점 더 위태로워졌고, 경계는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다은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담장 너머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계단 쪽에 꽂혀 있었다. 그곳은 여전히 닫힌 문이었지만, 언제든 열릴 수 있는 문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물기를 털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린 이미 이 집의 손님이 아니야. 우린 감시받는 존재야.”

석민은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힐끗거렸다. 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떠들고 있었지만, 그는 또 다른 그림자가 끼어 있는 듯한 착각을 거두지 못했다. 그 순간,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맴돌았다. “…곧 진실이 드러날 거야.” 그는 핸들을 꽉 쥐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우린 끝장일 거야.”

성호는 아이들의 그림에서 더 이상 단순한 그림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형체가 그려져 있었다. 긴 팔, 웃는 얼굴,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 그는 종이를 구겨 버리고 싶었지만, 손이 떨려 그러지도 못했다. “아이들은 이미 진실을 보고 있어. 우린 그 진실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야.”

기우는 과외 중 아이의 무심한 말에 굳어버렸다. “선생님, 계단 아래 아저씨가 신문을 보고 있던데요.” 아이는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기우는 속으로 피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그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건 네 꿈일 거야.” 그러나 그의 눈빛은 이미 두려움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19부 — 협상의 균열

그날 저녁, 네 가족은 거실에 모였다. 성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린 선택해야 해. 남궁은 점점 더 많은 걸 원하고 있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올 거야.”

다은은 손을 모아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린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왔어. 그와의 거래를 끊을 수 없어.”

석민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말했다. “그럼 우린 뭐죠? 손님도 아니고, 주인도 아니고… 그냥 인질일 뿐이잖아요.”

기우가 낮게 말했다. “맞아요. 우린 인질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그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네 사람은 침묵했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었다. 협상은 이미 협박으로 변하고 있었다. 남궁은 단순히 물과 음식, 책을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점점 더 많은 걸 원했고, 그 요구는 곧 지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19부 — 남궁의 발걸음

며칠 후, 계단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 소리였다. 이전까지는 문 너머에서만 들리던 움직임이, 이제는 계단 위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네 가족은 거실에서 얼어붙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다은이 속삭였다. “그가… 올라오고 있어.” 성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곧 그럴 거야.”

그 순간, 문틈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문은 잘 읽었다. 세상은 여전히 썩었군. 하지만 이 집… 이 집만은 다르지.”

석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이 올라오면… 모든 게 무너질 거예요.” 남궁은 낮게 웃었다. “…무너지는 건 이미 시작됐어.”

그 웃음은 네 가족의 피를 얼게 했다. 그 순간, 그들은 알았다. “남궁은 이제 계단을 넘어오려 한다.”

19부 — 무너지는 경계

밤이 되자 네 가족은 침대에 누웠지만, 아무도 잠들지 못했다. 다은은 눈을 감을 때마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를 떠올렸다. 석민은 손전등을 쥔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성호는 공책에 기록했다. “남궁 — 요구 증가. 움직임: 계단 위. 위험성: 임계점.” 기우는 교재를 덮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곧 경계가 무너질 거야.”

그날 밤, 문틈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는 아직도 손님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주인이라고 착각하나? 진짜 주인은 나다.”

네 가족은 몸을 떨었다. 경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이 집은 이제 두 세계의 경계선이 아니라, 하나의 전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곧, 문은 열릴 것이다.”

19부 - 무너지는 경계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부 - 비밀정원, 첫 문을 두드리다

5부 - 낯선 집의 오래된 자국

4부 - 균열의 시작, 안심의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