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 문 너머의 세계가 열리다
10부 — 숨길 수 없는 진실
그날 밤, 네 가족은 서로 다른 방에서 누워 있었지만, 누구도 잠들지 못했다. 성호는 공책을 펼쳐 메모를 했지만 글자가 제멋대로 흩어졌다. 석민은 베개를 끌어안은 채 천장을 노려보았다. 다은은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몸을 웅크렸다. 기우는 노트를 펴놓고 있었지만, 펜끝은 종이 위를 맴돌 뿐 한 글자도 적히지 않았다. 그들의 의식은 온통 문틈 너머에서 들은 목소리에 사로잡혀 있었다.
“…거기 누구야?” 낯설고 갈라진 남자의 목소리. 그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네 가족은 똑같이 들었다. 그 목소리는 단순히 누군가의 존재를 알린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의 계획 전체가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폭로하는 소리였다. 집은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이미 다른 주인을 품은 덫이었다.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안심은 산산조각 났다.
아침이 밝았지만 공기는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네 가족은 서로 눈치를 보며 평소처럼 행동했지만, 그들 사이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제는 누구도 이 집을 “기회”라 부를 수 없었다. 그것은 함정이었고, 언젠가 폭발할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었다.
10부 — 낮의 고요 속에서 자라는 불안
낮이 되자 아이들은 학교로, 윤 부부는 출근길로 향했다. 집은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서 불안은 더 크게 자라났다. 다은은 청소기를 돌리다 갑자기 멈췄다. 귀에 익숙한 기침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낮게 깔린, 오래된 기침. 분명 금지된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청소기를 끄고 걸레를 쥔 채 계단으로 다가갔다. 문틈 아래로 스며드는 바람이 따뜻했다. 마치 사람의 숨결 같았다. 그녀는 온몸이 오싹해져 뒤로 물러났다.
석민은 운전 일정을 정리하며 손을 떨었다. 그는 이제 이 집을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운전기사’가 아니라, 곧 드러날 비밀의 공범자였다.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이 무심히 “지하에서 이상한 소리 들었어”라고 말할 때마다 등골이 서늘했다. 그는 백미러로 자신을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 집은 이미 우리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애초부터 손님이었을 뿐이다.”
성호는 정원에서 나무를 손질하며 문득 계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햇빛이 지하 계단을 비추며 어두운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그 그림자 속에서 그는 사람의 형체를 본 듯했다. 실제였는지 환영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직감은 분명히 말했다. “문 너머의 존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기우는 과외 시간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소연이 글을 쓰다 무심코 이런 문장을 남겼다. “계단 아래에서 누군가 날 보고 있었다.” 기우는 순간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문장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10부 — 금지된 문 앞의 결심
네 가족은 다시 모였다. 성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린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어. 저 문을 열어야 해.” 그의 말은 결심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자살 선언처럼도 들렸다. 다은은 손을 모아 쥐며 고개를 저었다. “열면 끝이야. 우린 쫓겨날 거야. 모든 게 무너져.” 그러나 석민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이미 무너지고 있어요. 우린 매일 저 문에 갇혀 살고 있잖아요.” 기우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대비할 수 있어요.”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네 사람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문을 열지 않으면 불안에 잠식될 것이고, 문을 열면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집의 균열은 곧 폭발할 것이며, 그 전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을.
10부 — 열린 문, 드러난 그림자
아이들과 부부가 외출한 오후, 네 가족은 지하 계단 앞에 모였다. 손에는 장갑과 손전등이 들려 있었다. 성호가 먼저 계단을 내려가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문은 여전히 잠겨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쪽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철컥.’ 자물쇠가 흔들렸다. 그리고 느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또 왔어?” 네 가족은 얼어붙었다. 성호가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우린… 그냥 확인하려는 거야. 누구시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낮고 거친 숨소리가 이어졌다. “…여기, 난 오래 있었어. 너무 오래.” 그 순간, 네 가족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두려움, 충격, 그리고 진실의 무게. 문 너머에는 분명 사람이 있었다.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존재.
다은은 손을 떨며 속삭였다. “여긴 창고가 아니야… 감옥이야.” 석민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성호는 차가운 땀을 흘리며 문을 두드렸다. “왜 여기 계신 거죠? 누구세요?” 그러나 안쪽에서는 대답 대신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갈라지고 뒤틀린 웃음. 그 웃음은 네 가족의 공포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10부 — 균열의 확장
그날 밤, 네 가족은 침대에 누워도 잠들지 못했다. 그들은 문 너머의 존재가 단순한 불청객이 아니라, 이 집의 오래된 주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주인은 자신들이 쌓아온 모든 거짓과 위장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이제 균열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틈으로 벌어졌다.
다은은 눈을 감고 기도하듯 속삭였다. “우린 도둑이야. 남의 집에 발을 들인 도둑. 하지만 여긴 이미 누군가의 집이었어.” 석민은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되뇌었다. “우린 더 이상 위장된 삶을 살 수 없어. 진실은 결국 드러난다.” 성호는 창밖을 보며 공책에 적었다. “금지된 문 — 드디어 열렸다. 안쪽엔 오래된 주인이 있다. 이름도, 정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다.” 기우는 책상 앞에서 노트를 덮으며 속으로 결심했다. “이제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그와 공존하거나, 그를 몰아내거나.”
집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고요는 더 이상 평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폭풍 전야의 정적이었다. 네 가족은 모두 느꼈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문은 열렸고, 그림자는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