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부 — 증언의 불꽃

새벽의 결의

우리는 다섯 명의 증언자와 함께 도시 외곽의 폐허 위에 서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고 있었다. 의사, 노래하는 자, 기록하는 자, 행동하는 자, 내부의 증언자. 그들의 눈빛은 서로 달랐지만, 모두 같은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은서는 녹음기를 품에 안고 말했다. “아버지가 말했어요. 증언은 흩어져서는 아무 힘이 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다 모였어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건 하나뿐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드러내는 것. 설계자의 언어를 꺾고, 우리의 언어를 세우는 것.”

성호는 공책에 굵게 적었다. “17부 — 증언을 세상에 전하라.”

전파를 향한 길

지현은 지도를 펼쳐 보였다. “이 도시에서 증언을 가장 멀리 퍼뜨릴 수 있는 곳은 방송국이다. 하지만 이미 설계자의 손에 넘어간 상태일 거야.” 내부 증언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곳은 그들의 거짓된 메시지를 내보내는 심장부다. 하지만 그 심장을 뒤집으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노래하는 자는 쉰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 “내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질 수 있겠군.” 행동하는 자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그곳에서 싸워야 한다면, 내 몸으로 길을 열겠다.” 기록하는 자는 종이를 펼쳐들며 속삭였다. “방송국 내부 구조는 이미 도면에 있다. 나는 오래전 그곳을 그려두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목적지는 분명했다. “방송국을 점령하라.”

방송국으로

우리는 빗속을 뚫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건물은 거대한 검은 탑처럼 도시 중앙에 서 있었다. 입구는 철문으로 막혀 있었고, 무장한 경비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지현은 낮게 말했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뒷문은 취약하다. 그들은 늘 정면만 신경 쓰지, 그림자 속은 무시한다.”

우리는 빌딩 후면의 좁은 통로로 몸을 숨겼다. 내부 증언자가 문을 열며 속삭였다. “이제부터는 되돌릴 수 없다.” 그 순간, 경보음이 울렸다. 이미 우리의 움직임을 감지한 것이다.

행동하는 자가 주먹으로 문을 부수며 외쳤다. “들어가라! 내가 막겠다!” 우린 안으로 뛰어들었고, 총성과 함성이 뒤를 뒤덮었다.

전파를 향한 전투

방송국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했다. 우리는 계단을 뛰어오르며 추적자들과 싸워야 했다. 의사는 쓰러진 동료를 부축했고, 노래하는 자는 혼란 속에서도 짧은 가락을 불러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다. 기록하는 자는 벽에 빠르게 문구를 남겼다. “우리는 왔다. 진실은 여기에 있다.”

총성이 울리고, 피와 먼지가 뒤섞였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꼭대기 층에 있는 송출실만 점령하면, 증언은 세상에 흘러나갈 수 있었다.

내부 증언자가 외쳤다. “송출실은 바로 위다! 하지만 마지막 방어선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의 말이 끝나자, 검은 코트를 입은 설계자들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이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증언은 불가능하다. 진실은 우리가 만든다.”

나는 총을 겨누며 대답했다. “아니, 진실은 목소리와 상처와 기록 속에 있다. 이제 세상에 울려 퍼질 거다.”

증언의 불꽃

전투가 시작됐다. 총성과 주먹, 그리고 노래가 뒤섞였다. 행동하는 자는 몸을 던져 설계자들을 쓰러뜨렸고, 노래하는 자는 피투성이 목소리로 저항의 노래를 불렀다. 의사는 쓰러진 이들을 붙잡으며 외쳤다. “살아라! 목소리를 잃지 마라!” 기록하는 자는 마지막 종이에 글을 새겼다. “증언은 꺼지지 않는다.”

우리는 마침내 송출실 문 앞에 섰다. 내부 증언자가 문을 열며 말했다. “이제 선택은 너희의 몫이다. 증언을 세상에 흘릴지, 아니면 여기서 끝낼지.”

은서는 떨리는 손으로 녹음기를 올려놓았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려 퍼졌다. “…증언은 불꽃이다. 불꽃은 번지고, 번진 불꽃은 세상을 태운다. 설계자의 언어는 불길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송출 버튼을 눌렀다.

세상을 향한 외침

순간, 화면과 전파가 뒤집혔다. 사람들의 집, 거리의 전광판, 라디오와 TV에서 증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의사의 고백, 노래하는 자의 가락, 기록하는 자의 글, 행동하는 자의 상처, 내부 증언자의 문서. 그리고 은서의 목소리까지 합쳐졌다. “우린 증언자다. 우리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선택했고, 우리는 말했다.”

도시는 술렁였고, 설계자들의 얼굴이 일순간 흔들렸다. 지현은 총을 내리며 낮게 웃었다. “드디어… 불꽃이 퍼졌다.”

나는 숨을 고르며 은서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이제 시작이야. 증언은 퍼졌고, 불꽃은 꺼지지 않아.”

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빗속에서, 불꽃은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 “증언의 불꽃은 이제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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